3G 시대에서 4G 시대로
국내에도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LTE(Long Term Evolution)가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다. 흔히 세대라는 용어대신 ‘Generation’의 약어 G를 붙여 4G라고 부르는데, 통신기술의 표준을 정의하는 ITU(국제통신연합)가 정한 4세대, 즉 4G의 공식 명칭은 IMT-Advanced다.
반면 현재 스마트폰의 데이터 네트워크의 표준처럼 사용되고 있는 3G(3세대)는 규격상 IMT-2000으로 불리고 있다. 2G의 GSM과 CDMA 기술로 양분되었던 이동통신 기술은 3G에 이르러 GSM과 CDMA의 기술을 이어받아 각각 WCDMA, CDMA2000 등으로 발전했지만 현재는 GSM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범WCDMA -HSPA(HSDPA/HSUPA), HSPA+등의 기술로 단일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CDMA 기술 기반의 CDMA2000 EV-DO Rev. A/B도 여전히 미국과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이렇듯 아날로그 1세대에서 디지털로 바뀐 2세대, 데이터 네트워크 속도가 개선된 3세대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동통신기술은 최근 다시 4세대로의 진화에 돌입했다. 4세대에 이르러 이동통신 네트워크는 LTE라는 기술로 수렴 통합되고 있는데, 현재의 LTE는 ITU 규격으로 보면 엄밀하게 말해 4G에 해당하지 않는다. 4G의 기술적 규격은 저속 이동 시 1Gbps, 고속이동 시 100Mbps의 속도로 전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의 LTE를 3.9G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생적으로 다른 기술에서 진화한 WiMAX(와이맥스)도 4G 기술 표준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GSM과 CDMA 경쟁처럼 LTE의 완승으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 Intel과 국내 삼성전자, ETRI 등에서 원천 기술을 가지고 개발했던 WiMAX는 해당 기술을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외면하면서 4G 기술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었다. 국내는 Wibro가 WiMAX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Wibro를 Mobile WiMAX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의 경우 KT가 주도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SKT 역시 Wibr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SM 계열의 기술인 WCDMA가 LTE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대부분 LTE를 4G 표준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CDMA 기반 기술을 제공하던 미국의 Verizon Wireless와 GSM 기반의 AT&T도 4세대 기술로서 LTE를 채택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3위 Sprint Nextel만이 WiMAX를 채용하고 있지만, LTE와의 통합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4G 표준은 LTE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G 표준 기술 두 가지를 모두 서비스하는 한국
국내는 4G 표준으로 LTE와 Wibro 모두가 상용화되어 서비스되고 있는데, 정부주도하에 KT가 가장 적극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KT는 2006년 서비스 시작 후 지금까지 73만 가입자, SKT는 5만 7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현재 Wibro는 전국 주요 도시에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데이터서비스 전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으며, Wibro 기술을 통한 음성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Wibro는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하에 제2의 CDMA 신화를 노리며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음성통화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휴대전화 단말기로의 확대에는 실패했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음성통신을 제공하지 않고, 국내 규격에 제한적인 단말기 제조를 꺼렸고, 결국은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실패했다. SKT가 Wibro 주파수를 획득해 놓고서도 적극적인 서비스 확산을 주저하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 4 이동통신 사업자 논의가 나오면서 Wibro는 다시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드디어 음성통화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약속 받았기 때문이다. VoIP를 활용한다면 Wibro도 휴대폰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아직까지 사업자 선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일한 사업 신청자는 번번히 당국의 사업성 평가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다.
Wibro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동안 국내 이동통신 3사는 LTE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LTE는 무엇보다 단말기의 선택권 측면에서 세계 2위 및 3위 단말기 제조사를 보유한 덕분에 유리했다. 이미 미국, 유럽 지역의 주요 통신사들은 LTE를 4G 기술로 채택을 선언했고, 일부는 서비스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LTE 서비스는 3사 3색.
제일먼저 LTE 서비스에 닻을 올린 곳은 정부 정책으로 강제한 주파수 분배 정책의 피해자인 LGU+다. 2G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1.8GHz 대역을 나눠 쓰던 통신 3사는 3G 네트워크를 위한 2.1GHz 주파수 분배 때 전체 60MHz 주파수 중에서 20MHz를 동기식으로 강제 할당했는데 LGU+(당시 LG텔레콤)가 할당 받았다. 그러나 결국 LGU+는 2006년 2.1GHz 주파수를 정부에 반납하고 3G 사업권을 포기했다.
LTE 서비스는 3사 3색 (사진-스포츠동아)
SKT와 KT(당시 KTF)는 3G 서비스 망을 구축하면서 비동기식인 GSM 방식의 WCDMA를 도입하면서 2007년부터 본격적인 3G 시대를 열었었다. GSM으로 통일되면서 다양한 국내외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반면 LGU+는 2G에서 머물면서 경쟁사들의 3G 서비스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때 스마트폰 바람이 불면서 LGU+는 더욱 고립되는 상황을 맞았다.
3세대 서비스를 건너 뛴 LGU+는 다시 정부에 반납한 2.1GHz 주파수 대역의 재할당을 요구했고, 올 6월 정부는 LGU+에게 2.1GHz 주파수 20MHz를 재할당했다. LGU+는 2009년부터 4G LTE에 집중할 것을 예상하고 기존 기지국에 LTE를 수용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었다. 여기에 추가로 800MHz 10MHz대역을 LTE 서비스에 추가하여, 올 7월 1일 SKT와 함께 LTE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는데, 수도권에서만 제공되는 SKT와 달리 LGU+는 수도권과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도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LGU+는 3G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LTE 시장에서는 가장 먼저 준비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2.1GHz 주파수 할당 때 어쩔 수 없이 동기식 주파수 할당을 받으면서 사업권 반납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였다.
SKT는 LGU+와 함께 7월 1일 본격적인 LTE 서비스에 돌입했지만, 기존 2G 서비스 주파수인800MHz 주파수 5MHz대역으로 시작했다. 2G 사용자의 감소에 따라 여유가 생긴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SKT는 점유율 50%를 넘긴 지배적 통신사업자답게 서울이라는 한정된 커버리지를 가지고도 LGU+보다 더 많은 LTE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7월부터 LTE 서비스가 개시되었지만, LTE 지원단말기 라인이 부족해서 가입자가 늘지 않았으나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단말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2개월만에 55만 가입자를 모집했다. 같은 기간 LGU+는 46만 가입자를 모집하여 두 회사 LTE 가입자를 합해 100만 가입자를 넘겼다.
3사 중에서 LTE 서비스와 관련되어 가장 초조한 입장을 보이는 쪽은 KT다. KT는 타 경쟁사와 달리 자사의 2G 서비스 종료 후 해당 유휴주파수를 이용하여 LTE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계획이 남아 있는 2G 고객들의 저항으로 인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경쟁사인 SKT와 LGU+와 달리 KT는 LTE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지속적으로 2G 종료 승인을 요구했던 KT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12월 8일 2G 서비스를 종료하려고 했으나 KT 2G 가입자 970명이 공동으로 법원에 2G 종료 폐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차질이 발생했다. 이에 서비스 종료를 승인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즉각 항고에 나섰다.
KT가 2G 종료를 통해 LTE 서비스에 나서려던 것은 주파수 부족 때문이었다. 이미 할당받은800MHz로 서비스 하려면 2012년 7월이나 되어야 하기 때문에 1.8GHz의 2G 대역을 눈여겨 보고 이를 LTE 대역으로 사용하려 했던 것인데, 기존 고객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1.8GHz 대역에서의 LTE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KT는 경쟁사들의 LTE 가입자 모집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시장에 판매되는 최신 단말기는 LTE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되고 있으며, 고객들은 단말기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성향까지 보여 KT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LTE 단말기인 갤럭시노트의 경우 아직 제공되지 않는 LTE 서비스 대신 3G 개통으로 LTE 고객 이탈을 막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LTE 단말기는 음성통화를 위해 3G 통신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LTE 음영지역에서는 3G 데이터 통신을 제공하기도 한다.
LTE 서비스 요금은 조정이 필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3G에서 LTE 서비스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든 원치않든 새로운 단말기가 LTE 위주로 공급되고 있으며, SKT와 LGU+가 보조금 등을 동원하여 LTE 서비스 위주로 드라이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3사 모두 전국망이 갖춰지는 내년 하반기에는 더욱 더 LTE 서비스로의 쏠림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3G 서비스에 존재하던 무제한 요금제가 폐지되어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 되었는데, 3G에 비해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였지만, LTE 요금제에서는 무제한이 없어졌다. 또한 LTE 네트워크에서 소모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백업용 3G 네트워크에서 소모된 데이터도 데이터 소진 합계로 잡고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단말기 차원에서 보면 3G와 LTE의 듀얼모드는 배터리 소모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요청으로 3G 모드 혹은 LTE 모드로의 고정 설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데이터 서비스 선택권 측면과 배터리 소모 측면에서 불합리하게 운용되고 있다.
LTE가 3G에 비해 5배 빠른 속도를 내는 초고속 서비스이기에 새롭게 기대되는 다양한 서비스와 효과가 발생하겠지만, 결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는 요금과 많은 보완이 필요한 전국망 구성, 과도한 배터리 소모 등의 요소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다.
3G 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급격하게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가 확산된 최근 몇 년 간에 이어 2012년은 분명 LTE의 시대가 될 것이다. 더 빠른 네트워크 속도와 다양한 모바일 단말기의 출현으로 또 다른 통신 혁명이 계속될 것 같다.
Special Columnist. 박 병 근 (Byungkeun Park)
16년간 IT분야 기획 및 마케팅 담당업무 수행
IT분야, 특히 모바일, 미디어 분야 전문 테크니컬 라이터로 활동 중
IT분야 전문 블로그 ‘킬크로그(http://cusee.net) 운영자 / 넥스트데일리 버즈리포터
Blog_ 킬크로그(cus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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